평택시청 홈페이지에 쓰여 있는 시장님의 인사말을 요약하면, 평택시는 국제화 시대에 발맞춰 국내외의 경쟁력을 목표로 삼고 문화와 예술, 첨단기술, 질 높은 교육 등 국제화 중심도시로서의 기능 확대를 실현하고자 한다고 한다. 이러한 평택시가 몇 년 전에는 미군 부대이전 문제로 시끄럽더니, 요즘은 쌍용자동차 문제로 어수선하다. 결국 쌍용자동차의 계속된 노사 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해결책은 안갯속으로 들어갔다.
완벽한 도시란 원래 없지만, 평택시에 이러한 문제가 왜 생기는지에 대해 풍수(風水)학적인 관점에서 풀어보고자 한다. 많은 이들은 풍수를 비논리적이며 과학적이 아니라고 터부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여기서는 과학과 비논리의 중도적인 관점에서 풍수를 말하고자 한다.
흔히 풍수에서는 음택(陰宅)과 양택으로 나뉜다. 음택은 죽은 자의 터와 묘(墓)자리 등에 가치를 두고, 양택(陽宅)은 사람이 살아가는 주택, 빌딩, 도시, 국가 등 산 사람을 위한 것이다. 음택과 양택은 공기와 물의 흐름과 변화를 다루는 공통점이 있지만, 여기서는 음택에 대해서는 긍정도 부정도하지 않고, 산 사람들에 해당되는 양택에 대해서만 말하겠다. (지금부터는 양택풍수를 그냥 풍수라고 하겠음)
일반적으로 풍수를 여러 시각으로 해석하지만, 기술적인 관점에서 말하면 풍수(양택)란 바람(風)과 물(水)의 움직임에 의한 ‘공간 환경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공간은 주거, 업무, 도시 공간이며, 환경이란 실내, 실외, 미학, 인간의 마음 등을 아우르는 조화를 말하는 것이다. 시스템은 공기와 물의 시스템이다. 이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풍수란 자연과 인간의 조화’라고 말할 수 있다.
여기서 잠시, 풍수(자연과 인간의 조화)적인 관점에서 우리의 국운과 연결해서 몇 가지 살펴보면...
국가의 좋은 풍수는 국민들이 재해로부터 안전하고, 맑은 공기와 물을 마시는 것이다. 그리고 국민의 삶이 행복해서 흥이 나는 소리(風)일 것이다. 가장 안 좋은 풍수는 오염된 공기와 물을 마시는 것과 홍수재해 등 국민의 삶이 힘들어서 한숨 쉬는 풍(風)일 것이다.
한 예로, 풍수에서 관청 커지고 아방궁 커지면 망하지 않는 나라 없다고 한다. 중국의 진시황의 역사만 보더라도 그렇고, 조선의 멸망 역사도 그렇다. 또 우리의 현대사에 들어와 관공서가 커지기 시작하자 IMF를 맞게 되었다. 관청 등의 건물이 커지다 보면 인원과 관리비가 늘어난다.
이뿐만 아니다 백년은 내다보고 학교건물을 지어야 하는데, 지은 지 얼마 안 된 학교를 방학 때마다 때려 부수고 공사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이다. 올여름 필자의 집 앞 학교도 영락없이 보수공사를 한다. 이러다 보면 세금종류는 늘어나고 세금을 올리는 등...
세금 내는 국민의 입에서는 한숨 풍이 나오기 마련이다. 또 세금이 아니라고 하지만 의료비, 국민연금 등도 마찬가지로 국민에게 큰 부담을 주고 있다. 더욱이 경기가 안 좋으면 행복지수가 백수보다 못한 자영업자와 서민들의 입에서는 한숨 소리는 초속 20m의 초강풍이 되기 마련이다. 한숨의 풍속이 강해질수록 국민이 살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과거 은행 돈 빌려 무리하게 신사옥을 지어놓고 직원들 쥐어짜다 망한 기업들이 한두 회사가 아니다. 국민들 역시 식구는 적은데 필요 이상 넓은 공간은 건강을 해치는 등 좋지 못하다고 한다. 풍수에서 일 인당 10평 내외로 사는 것이 좋다는 것도 따지고 보면 다 이유가 있다. 문제만 주로 이야기했는데, 물론 잘된 풍수도 있다. 여의도광장 공원화, 한국은행 별관 정문 이전, 형태적으로 미흡하지만 청계천 복원 등...
이야기가 좀 빗나갔었는데, 다시 평택시로 넘어와 보자.
평택시는 대부분이 벌판이라 높은 산이 별로 없다. 그중에 서평택 지역에서 가장 높은 산이 명봉산이다. 이 산의 높이는 130~140m밖에 안 되고 산 정상까지는 불과 10~20여 분 걸린다. 산이 많은 지역에서는 동네 야산 정도밖에 안 되고, 산 일대를 다 돌아봐야 한 시간 코스여서 가볍게 산책하기 좋다.
정상에 올라가면 평택시 서해안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고, 날씨가 좋으면 서해와 서해대교도 잘 보인다. 그리고 볼품은 없지만, 정상에 전망대가 있어 서해안 일대의 재난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 공공근로요원이 항상 상주하고 있다. 그만큼 요지이자 평택시의 주요 산이라 할 수 있다. 이 산의 일화는 봉황새 소리가 메아리를 울리고 알을 품는 모습을 하고 있다 하여 명봉산(鳴鳳山)이라 한다.
한편, 명봉산 남쪽으로는 조그마한 사찰이 있다. 사찰의 규모는 작지만 산세는 한 폭의 그림처럼 좌청룡 우백호로 잘 조화를 이루어 봉황새가 알을 품는 것처럼 아늑하다. 사찰은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소실되어 현재는 조그마한 절이 있지만, 그 향기는 천 년 가까이 이어져 온 터이다. 주민들에게는 가끔 일상을 벗어나 고즈넉한 사찰에서 울려 퍼지는 맑은 풍경소리와 함께 녹록지 않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장소로, 아이들에게는 가재, 너구리, 오소리 등을 보기 위한 체험학습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평택시 서해안이 대부분 그렇지만 서해고속도로 맞물려 개발이란 미명아래 작은 산들이 무분별하게 까져나갔다. 평택시서해안의 주산이라고 할 수 있는 명봉산 역시 피해가지는 못했다. 명봉산이 훼손되고 있다는 소식은 알고 있었지만, 언젠가 그쪽으로 지나다 보니 산 등 부분이 벌써 까져 있었다. 그때 문득 평택시에 좋지 못한 영향이 미친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미 늦은 상태였다.
물론 그 지역의 일부 사람들은 평택시청에 진정서도 넣고 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 근처에 사람들이 많이 사는 것도 아니고, 밖에서 보기에는 도로 옆에 있는 산을 조금 까는 것처럼 비치다 보니 명봉산 훼손을 막지는 못했던 모양이다. 한동안 후에 지나다 보니 벌써 납골건물이 지어져 있었다. 더욱이 남쪽의 사찰 우측 산(우백호, 봉황새의 오른쪽 날개)등지에는 여러 사람의 지분이 나누어져 지금은 소송 중이지만, 소송이 끝나면 지분에 따른 이익 창출을 내기 위해 우측 산을 밀어버리고 주택단지나 유통시설 등이 지어질 예정이라고 한다.
땅 주인들 입장에는 자신의 땅을 활용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중요한 관점의 본질은 어쨌거나 명봉산이 훼손된다는 점이다. 해서 평택시에서 보상을 해주는 한이 있어도 당연히 지정학적으로나 문화적 가치가 있는 명봉산을 보존하는 것이 당연한데, 평택시는 이익금을 얻기 위해 산을 죄다 까지는 실정에서, 그곳 역시 훼손을 피해가기는 어렵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평택의 주요 산까지 잘려가는 아픔을 겪으니 평택시가 과연 온전할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 필자의 기우였을까? 예로부터 작은 산도 산이지만, 주요 산을 건드려 좋은 것을 못 봤기 때문이다.
요즘 우리는 과학과 돈에 집착하여 살다 보니 삶의 근원인 자연의 가치를 잊고 살고 있다. 인간은 자연에서 발산하는 공기와 물을 마시며 살아야 하는데 자연의 순리에 역행하는 것이다. 게다가 자연과 인간이 더불어 살아야 되는 것이 풍수의 원리이자 우리의 삶의 원리인데 개발해서 돈만 벌자는 평택시이다.
더구나 평택시를 국제화 중심도시로 열어가겠다는 평택 시장조차 택지개발과 관련해 비리 의혹에 휘말리고 있다. 결국 대화보다는 힘과 돈, 이기주의가 한데 어우러진 지역에서 조용한 날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지 모른다. 어쩌면, 인간들의 행위들이 ‘봉황의 슬픔으로 연관돼, (쌍용의)싸움으로 이어지는 평택시의 형국이 되고 있다.’
앞서 말했지만, 풍수에 있어 가장 피하는 것이 자연의 훼손으로 연결된 오염과 재해이다. 이는 자연과 인간, 나아가서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흩어지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풍수란, 자연이 살아야 인간도 살 수 있다는 지극히 소박한 공간 속의 조화로움을 모색하기 위함이다. 인간이 무분별하게 자연을 훼손하는 군림적인 행위는 결국 인간의 갈등만 증폭시킨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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